'검수완박'으로 범죄 무마?…여야, 1시간만에 중재안 수용한 이유

입력 2022-04-23 08:53   수정 2022-04-23 09:22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중재안 수용에 신속하게 합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꼼수탈당’ 등으로 당내외 여론이 급격하게 안 좋아진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출구전략을 찾아야 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도 일단 시간끌기에 성공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후 법을 어느정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작용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재안에 ‘검찰의 선거범죄 수사권 폐지’가 포함됐다는 점을 들어 국회가 자신들의 이권을 챙겼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일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재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은 분리하는 방향으로 하되, 직접 수사권은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이 직접 수사했던 6개 분야 중 우선 4개 분야(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은 4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폐지한다. 다만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는 남겨두고 향후 한국형 FBI등 설립이 완료되면 순차적으로 수사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당초 민주당안은 6개 중대범죄를 모두 폐지하는 내용이었다. 검찰 등에서 강하게 위헌논란을 제기했던 보완수사권도 그대로 검찰에 남겨둔다.

이날 양당은 중재안이 공개되고 신속하게 수용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오전 10시 의총을 시작한 국민의힘은 11시반께 기자들에게 수용의사를 발표했다. 국민의힘 보다 다소 늦게 의총을 시작한 민주당도 두시간여만인 12시반께 중재안을 공개적으로 수용했다. 전문가들은 퇴로를 찾아야 하는 민주당은 중재안을 최대한 빨리 수용하겠지만 국민의힘은 시간을 끌면서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안을 수정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민형배 의원이 이른바 ‘위장탈당’을 감행한 이후 진퇴양란에 빠져있었다. 전날 김병욱·박용진·조응천·이소영 의원이 전날 공개적으로 반대한 데 이어 당내 추가 반대여론이 수면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컸다. 지방선거가 40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문회 정국 등으로 이슈를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최대한 빨리 출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박 의장이 도움을 준 격”이라고 평가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명분은 지켰다는 자평도 나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후 “‘검찰 기소·수사권의 분리’ 원칙, 4월 임시국회서 법안 처리, 한국형 FBI(미 연방수사국) 설립 등 세가지 원칙이 기본적으로 반영됐다고 본다”며 “중재안에서 부족한 부분은 향후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무엇보다 이대로 가다간 지방선거에서 크게 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많았다”고 배경을 전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법안을 지연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정권이 바뀐 후 후속입법을 통해 법안을 어느정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언론 등에서 거론되는 대장동 수사는 부패범죄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검찰에서 수사가 가능하다”며 “중대수사청 설치에 관한 법안 등 향후 추진해야 하는 입법절차는 윤석열 정부내에서 이뤄진다는 점도 감안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어찌됐든 일차적으로 법을 지연시켰고 법안을 어느정도 무산시킬 수 있는 룸도 확보했다”며 “남기기로 한 보완수사권만 잘 활용해도 검찰이 수사에 큰 폭으로 관여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김수오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하는 등 검찰은 집단 반발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이번 중재안을 통해 실리를 챙겼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자신의 SNS에 “검찰 수사에서 제외되는 것에 선거범죄가 포함돼 있다”며 “선거범죄는 공소시효 180일만 버티면 재정신청의 방식으로 공소시효를 연장시킬 수 없고. 이는 정치인들에게는 여야 상관없이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 변호사는 “자신들의 방탄갑옷을 위해 야합한 것”이라며 “사법개혁에 대한 철학과 원칙이 없는 합의”라고 했다.

여야는 다음주 본회의를 열고 다음달 3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수정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유정/맹진규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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